세상물정의 사회학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중에서..

세상물정에 대해서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의 시각을 갖고 있다. 나름 삶의 철학이라고도 하겠다. 그 이유는 아마도 수 년간 학교에서 세상살이에 대해서는 다행히도 한가지 방법으로만 배우거나 수험준비를 하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래도 끈덕지게 학교에서 배운 ‘세상 적응법’을 기억해낸다고 하면, 기계적 노동자의 덕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시키는 것 열심히 하라’, ‘규율을 의심하지 말고 잘 지켜라’ 그리고 ‘질문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정도 된다고 볼 수 있겠다.

교육을 흉보려고 시작한 글은 아니니, ‘세상물정의 사회학’에 대해서 얼른 소개부터 하고 보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책은 학문에 늪에 빠져 사람들이 못알아 들을 말을 비판하듯 내뱉기 보다는, 이 속세에서 살아가는 저자와 우리들이 쉽게 사회적 현상들을 생각해 볼 실마리를 25가지 주제어로 풀어낸 책이다.
자세한 책 소개와 주제 25가지는 책 뒷날개 사진을 통해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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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사계절출판사 / 저자 노영우, 표지/그림/디자인-조성민/이병환/권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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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상당수 자본주의에 의해 우리들이 어떻게 사람의 품격(?)을 잃었는지 이야기 한다. 세상물정/속세라고 하면 단연코 ‘돈’이 메인타이틀 아니겠는가?

‘여기에 가격을 얼마나 붙여야 할까? 나는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우리 머릿속에는 온통 이런 생각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자본주의에 세뇌당했으며, 다른 사고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떠올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 세스고딘

우리가 사회 초년생이 된다는 것은 일단 ‘돈 벌이’ 전선에 뛰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오직 위와 같은 이야기 말고는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특히나 ‘잘 살아보세’ 운동과, ‘부자되세요~’ 광고 메시지를 거쳐 지금은 ‘벤처창업’, 청년창업’과 ‘스타트업’이라는 바람몰이의 이면에서도 점점 ‘대박’의 꿈만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내가 돈 없이도 살 수 있는 신선은 아니다. 나도 속세에 살고 있으며, 세상물정 잘 몰라서 남들에게서 가끔 왜 돈을 끌어안을 기회를 놓치고 있냐고 훈수 듣기도 한다. 다만 자본주의의 세뇌 한가지에만 붙들려 살기가 싫었을 뿐이다.)

더군다나 온 세상에 ‘처세?’의 주인공인 사람은 사라지고, 경제논리나 경쟁논리 말고는 별로 들리지도 않는다. 서점에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책 옆에 놓여진 국내의 석학 여러명이 집필했다는 ’21기 자본론 바로보기’ 책을 보았더니, ‘돈’이 우선되는 지금의 자본주의에 살짝 금이라도 갈까봐, 그래서 자기 권위에 상처입을까봐 하이에나떼 처럼 달라붙어 자료의 오류를 찾고(뭐 이건 그럴 수 있다), 자본주의 기득권자인것 마냥 변명대고, 자본주의는 경쟁에서 한쪽이 죽어야만 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듣기로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21세기 자본론’이 세상의 관심을 끄는 것 같은데, 다른 시선과 대안이 그토록 싫은가? 어쩌면 그 책을 부정하고 비판하면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보인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저 대안이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리더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강요된 현재의 상황밖 어떤 것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력’이다. ” 라고 누가 그랬다.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
‘세상물정의 사회학’ 이 책은 그 무능력에 대한 대안을, 또는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자기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세뇌당한 천민 자본주의적 개똥철학을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처세술로 포장하는 이들에게 간혹 통쾌한 비판을 날려주기도 하녀, 그 속에 숨어 있는 비열한 사회/조직/개인 심리를 까발려 주는 책이다.

책에서는 저자는 쉽게 말하기로 마음먹었단다, 그래서 상식부터 이야기 하고, 누구나 들어봄직한 명품이야기를 꺼낸다.
명품은 자신의 존재감을 설명할 길이 부족한 우리들이, 특히 물신주의 풍조에서 돈도 지위도 없는 우리들이, 그나마 자신의 존재를 구차하게 설명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고…그러니 멀리있는 아웃렛, 면세점 200%이용법, 짝퉁의 험난한 길이 있지만 어떤 변명을 붙여 자기합리화를 하더라도 아마도 가야할 길이라고…

그래도 우리는 알고 있다고 한다. 그것만으로 우리의 인권과 인격과 자존감이 유지되는 것이 아님을. 그래서 우리는 끊임 없이 ‘인정’받고 싶어한다. 저자는 ‘악셀호네트’의 저서 ‘인정투쟁’을 빌어 설명한다. 이 ‘인정투쟁’은 사람 살아가는 이유인 존재의 ‘인정’을 얻기 위해서 행해지는 여러 모습들을 말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개인과 집단에게 자행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살인’이라고 불려지는 ‘모욕’과 ‘모멸감’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켜고자 하는 활동의 하나가 ‘인정투쟁’이다.

책 ‘인정투쟁’의 부제는 너무나도 적절하게 ‘사회적 갈등의 도덕적 형식’이다. 무시와 모욕을 통해 존엄이 훼손된 개인 혹은 집단의 명예 회복을 위한 행동인 인정투쟁의 원인은 탐욕도 트집도 투정도 아니다. 따라서 사회는 존엄을 되찾기 위해 인정투쟁을 벌이는 사람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그래야 사회는 정상적이라는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자기 존엄의 회복을 위해 인정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침묵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라야 비정상의 딱지를 떼어 버릴 수 있다. – p209

그런데 성과와 혁신이라는 하나의 명분만으로, 경제발전과 국토개발이라는 핑계로 수많은 출처가 불분명한 권력이 그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 같다. 특히 생존권과 원인규명의 문제에서 인간 존엄성을 위협하는 문제로 치닫는 상황을 볼 때 마다 답답하다.

저자의 표현 처럼 침묵을 강요하는 그들은…
“자존감과 인정을 사물로 부터 얻는 사람들 – 자동차의 크기가 자신을 인정해 주기를, 명절 선물에 들어오는 갈비세트의 무게와 위스키의 숙성 연도로 인정여부를 확인하는 사람들 (내가 듣기론 최근 어디 공무원들은 행사 자리배치와 축사 순서가 맘에 안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 그들은 정작 자기 존엄에는 둔감하면서도,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물에 둘러싸여 있지 않을 때만 모욕을 느끼는 물신화된 심성을 지니고 있다.”라는 표현이 딱 마음에 와 닿는다.

인정의 통속화가 극한까지 진행되면, 인정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과 동의어가 된다. 인정받았음이 타인의 ‘눈에 들었다’와 동일하게 느껴지는 한, 사람은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사람과 눈도장을 구걸하는 사람으로 양분되기 마련이다. (중략)
사람은 각자 자기 그릇의 크기로 타인을 이해한다. 배부른 돼지의 눈에는 모든 투쟁이 위장을 채워 달라고 꿀꿀거리는 소리로만 보인다. 그런 사람들은 한 개인의 권리가 무참히 무시된 소설 ‘도가니’의 상황을 보고도 도덕적으로 분노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고, 자기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깊은 속내도 알지 못한다. 정신대 피해자가 물질적 보상만을 받겠다고 아직까지도 매주 수요일 집회를 하고 있겠는가?
인정투쟁으로 전개되는 사회투쟁은 단순히 자기의 물질적 이익을 위한 투쟁과는 다르다. (중략) 약화된 자기 존중을 회복하여 자기를 치유하는 동시에 무시라는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를 치유하는 도덕적 행동이다. 이 치유의 과정이 인정투쟁의 도덕적 역할이다. – p210

공감하는 부분이다.
특히, 세월호 유족들의 항변을 그저 배상금을 더 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밖에 보지 못하는 ‘나으리’들과 여러 ‘충’들을 보면서, 모멸의 인격살인으로 끝내 자살까지 내몰고만 어느 아파트단지의 극소수(?) 사람들을 보면서…
저자의 글을 빌려 독후감 마무리를 해야겠다.

“자기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인정투쟁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면, 개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은 인정투쟁을 벌이는 시위대를 보고도 ‘아니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그만이지 인정이라니 웬 지랄들이래?’ 라고 말을 뱉어 낼 주제들이다. 분명한 사실, 이 책은 사람 말을 할 줄 아는 개가 아니라 존엄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해 쓰였다. 사람만이 이 책의 핵심적 메시지를 해독해낼 수 있다. 이 책은 말한다. 자기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인정을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당신은 도덕적이라고, 그래서 당신은 한없이 정당하다고.” – p212

아무 말이나 해대는 개 돼지들 말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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